학교폭력, '형사고소'와 '학폭위' 대응

학교폭력(학폭)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자녀가 피해를 보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두 가지 방법이 바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신고'와 '형사고소'입니다.

두 절차는 목적과 성격, 결과가 완전히 다르기에, 상황에 맞는 올바른 대응을 위해서는 그 차이를 명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두 제도의 차이점과 대응 기준을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1. 학폭위 vs 형사고소 차이

가. 학폭위 신고: ‘교육적 해결’이 최우선 목표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지원청 소속의 심의기구입니다. 학폭위의 가장 큰 목적은 형사처벌이 아닌 ‘교육적인 해결’에 있습니다.

즉,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교육하며, 학생들 간의 분쟁을 조정하여 모두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주관 기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 결과: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조치(서면 사과, 교내봉사, 학급교체, 전학 등) 및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심리상담, 치료비 지원 등)가 내려집니다. 이러한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수 있으나, 형사처벌과 달라 전과기록이 남지는 않습니다.

- 판단 기준: 학폭위는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점수화하여 조치 수위를 결정합니다.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증거법칙이 적용되기보다는, 관련 학생들의 진술, 확인서, 메시지 내용 등 여러 자료를 종합하여 ‘학교폭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나. 형사고소: ‘범죄에 대한 처벌’이 목적

형사고소는 가해 학생의 행위가 폭행, 상해, 명예훼손, 성폭력 등 실정법상 ‘범죄’에 해당할 때, 국가의 사법기관(경찰, 검찰, 법원)에 정식으로 처벌을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이는 교육적 해결을 넘어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주관 기관: 경찰, 검찰, 법원

- 결과: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재판을 통해 벌금, 사회봉사, 소년보호처분(소년원 송치 등), 또는 징역형과 같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이는 전과기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 판단 기준: 형사 절차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증거가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학폭위의 판단 기준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2. 학폭위와 형사고소의 병행 진행

학폭위 절차는 행정 절차이고, 형사 절차는 사법 절차이므로 두 가지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심각한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 학폭위 신고와 형사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폭위의 결정이 형사사건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나 결정 내용은 형사 절차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형사 수사 결과 역시 학폭위에 제출하여 조치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언제 형사고소를 고민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학폭위 신고와 더불어 적극적인 형사고소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 폭행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경우

단순한 다툼 수준을 넘어 흉기 사용, 집단 폭행, 심각한 상해 발생 등 범죄의 정도가 중대하다면, 학폭위의 교육적 조치만으로는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형사고소가 필요합니다.

나. 가해 학생이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경우

가해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피해 학생을 비난하거나 보복을 암시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학폭위의 ‘선도 및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사 절차를 통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 성폭력 관련 사안인 경우

성희롱, 성추행, 불법 촬영 등 성폭력 관련 사안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입니다. 피해 학생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형사고소를 통해 엄중히 대처해야 합니다.

라.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목격자나 CCTV가 없는 경우 학폭위 먼저 진행한다면 사실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비해 형사 절차에서는 수사를 통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증거수집 Tip

어떤 절차를 선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분하고 억울하시겠지만, 침착하게 다음과 같은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1) 진단서 및 사진: 폭행으로 상해를 입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서를 발급받고, 상처 부위를 날짜가 나오게 하여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두어야 합니다.

2) SNS 및 문자 메시지: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시지나 게시글은 반드시 화면 전체가 나오도록 캡처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3. 목격자 확보: 폭행 장면을 목격한 친구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정리한 확인서를 받아두거나, 향후 진술을 해줄 수 있는지 동의를 구해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관되고 구체적인 목격자 진술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4. 관련 자료 일체: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자녀가 작성한 일기나 메모, 심리상담 기록, 녹취 파일 등 모든 관련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학교폭력 대응은 법적 지식과 전략이 필요한 힘든 과정입니다.

어떤 절차를 선택하고 어떻게 증거를 활용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올바른 첫 대응이 우리 아이를 지키고,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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